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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오유고 01 영모계 서문
    만오유고 2024. 1. 1. 22:01

    영모계 서문 / 을사년(1905년) 5월.

      사람이 살아있는 어른을 섬김은 그 형체를 사모하는 것이요,  죽은 어른을 섬김은 그 사당을 사랑함이라.  사당이 허물어지면 그 사모함이 묘소에 있다.  그런즉,  형체를 섬김은 백년에 지나지 않고,  사당을 섬김은 사세(사대)에 그치며,  오직 묘소를 섬김은 비록 백세(백대)라도 그 다함이 없다.  그러므로 가까이 사는 이는 묘소를 바라보고 정성을 다하며, 멀리 사는 이는 고향의 묘소를 배알하는 행차가 있는 것이다.

      오호라, 우리 이십세조 ㅇㅇ공께서는 사헌부 집의로서, 연산군 때에 조광조 사건과 관련하여 간하다가 용천으로 귀양가셨는데, 그곳에서 돌아가시자 철산의 장화동에 묘를 썼고, ㅇㅇ공, ㅇㅇ공, ㅇㅇ공의 묘소도 이어서 그곳에 모셨다. 자손이 용천과 의주 사이에 눌러사는 이는 그 가까운 자이고, 중화는 오백리이고, 공주에서는 일천삼백리이며, 태인은 일천오백리이다. 그러므로 묘소 수호의 근로는 진실로 용천보다 못하지만, 우리 세세의 충과 의와 열로 빛나는 할아버지를 사모하는 마음이야 어찌 일천 오백리가 멀다고 해서 끊김이 있으랴! 

       다만 묘소에 다니는 이는 반드시 달이 넘는 양식을 모아야 하니 수고와 비용은 정히 같고,  묘소 주변에 거주하는 이들은 반드시 손님을 맞이하고 대접하며,  노자를 줘서 보내는데 정성과 예의가 아울러 진지하니,  진실로 미리 준비하는 바가 없으면 양방이 다 고통이라.  이러므로 멀리사는 이는 묘소 배알이 대개 해를 넘기면서 겨우 이루어지니,  지평 ㅇㅇ씨가 용동의 제족과 더불어 약간의 돈을 모아 계를 만들고 이름을 영모라 하였다.  그리고 가로되  "이후로는  묘역 주변의 나무에서 나오는 모든 재물을 모아 이 영모계에 부쳐 이식을 취하고 영송에 응하여, 우리 조종의 혼령으로 하여금 먼데있는 자손들이 자주 오는 것을 기쁘게 해드리자."라고 하였다.

      금년 봄에 종질 ㅇ와 ㅇㅇ가 묘소를 배알하고 돌아와서 그일을 얘기하기를 매우 자세히 하고, 내가 서문을 지어 그 뒤를 힘쓰기를 부탁하기에, 내가 말하되 "이 영모계는 위로는 조종께서 자손들을 똑같이 보시는 혼령을 위로함이요, 아래로는 자손들의 멀리 또는 가까이서 사모하는 정성을 하나로 함이라.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일이 극히 그 마땅함을 갖췄으니 그 길이 뒤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인도공의소 서문 

       하늘의 떳떳함을 법으로하여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을 '인도'라 한다.  사람은 하늘의 '원형이정'을 타고나니,  '인의예지'의 성품이 되고, 마당히 행하면 부자지간의 친함과 군신의 의리와 장유의 차례와 부부의 구별과 친구의 믿음이 된다.  그 성품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하고, 그 실행을 따르는 것을 '윤리'라 한다.  그러므로 그 친함을 밀어 넓게 하면 백성과 사물을 사랑하여 천지의 화목에 참여하여 도울 것이요,  그 의리를 밀어 넓게하면 상하와 존비의 직분이 닦아져 도리를 다하면 눈이 확장될 것이요,  그 장유의 차례를 밀어 행하면 노인이 평안하고 젊은이는 감싸져서 사회질서가 안정될 것이요,  그 부부의 구별을 밀어 넓히면 각기 소유가 있어서 인권이 안정될 것이다.  이 네 가지를 합하여 서로 믿고 행하면 이에 집에 있어선 가지런해지고,  나라는 잘 다스려지고  천하에 있어서는 태평해질 것이다.  이를 일러 도덕이 행하여지고 인륜이 펼쳐진다고 한다.

      진실로 이에 벗어나면 비록 하늘을 나는 기계, 물에 잠기는 배가 있어서 하늘을 찌르고 바다를 가른다 하여도, 맹금이나 악어의 괴수에 지나지 못할 뿐이다.  '이용후생'의 기구가 현세보다 더 성함이 없으므로 인도를 돕는 '말무'라 함은 가하지만, 사람이 마땅히 행할 것의 급한 일이라 하여 그 근본을 버려서는 안 된다.

      아!  지금 천하사회의 조직과 학교의 교육이 다 그 끝을 중히 여기고,  그 근본을 가볍게 여기는 고로 도리가 고꾸라지고 질서가 문란해졌다.  평등과 자유의 논리가 '공리'에 말미암지 않고 그 욕망대로 방자하면 집에 있어선 집을 어지럽하고,  나라에 있어서는 나라를 어지럽하며,  천하에 있어선 천하를 어지럽힌다.  그러므로 창생을 피바람 속으로 몰아 넣어 짐승을 거느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재화가 이때보다 더 심하지 않으니,  이것이 어진 사람이 속으로 아파하여 공의가 밝지 않을 수 없음과 같은 것이다.

      그런즉 공의란 하늘의 큰 뜻을 받아 말씀과 의논으로 인도를 붙잡는 것을 말함이다.  간절히 원하노니 여러 군자들은 함께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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